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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87
작성일
2021.11.11
수정일
2021.11.11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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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김종호 칼럼] 누가 최고의 `오텔로`인가?

누군가에 대해 의심의 마음이 한번 생기면 그 마음을 돌이키기가 쉽지 않다. 그 의심의 마음은 지극히 사적이고 작은 것에서 발현이 되기도 하는데 열등감이라도 심한 사람이라면 증폭되어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까지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이아고가 혼잣말처럼 흘리듯이 던지는 `마음에 안드는군!`이란 한마디가 오텔로의 마음에 불신을 심어 사랑하던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는 순간 자결함으로 삶을 마감하는 이야기가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중 하나인 `베네치아의 무어인 오셀로(Othello, The Moor of Venice)` 이다. 

 

15세기에 오스만 투르크와 정치적·상업적으로 대립하며 에게해(海)의 패권을 다투던 베네치아 공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비극은 이제는 더 이상 작곡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소일하겠다며 전원생활을 즐기는 노년의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를 다시 한 번 오페라의 현장으로 돌아오게 하는데, 오페라 작곡가이기도 했던 아리고 보이토의 뛰어난 대본이 그의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었다.

 

키프러스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배를 받고 있는 섬으로 오텔로는 그곳을 다스리는 총독이다. 북아프리카의 무어인으로 노예로 끌려온 그는 영토 확장을 위해 벌어진 여러 전쟁에서 공을 세워 백인 사회인 베네치아 공화국에서 장군의 위치에 오르고 귀족의 딸인 데스데모나와 결혼하여 키프러스에 부임한다.

 

그의 사랑하는 아내 데스데모나는 순수한 심성을 지닌 가련한 여인이다. 베네치아의 모든 귀족 청년들이 눈독을 들일만큼의 미모와 좋은 가문이라는 배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회의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무어인으로 흑인인 오텔로를 사랑하여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였으나 아무런 연유도 모른 채 의심받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오텔로에게는 기수인 이아고가 있는데 거짓말과 음모, 이간질에 뛰어난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인물이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이론에 연구되는 인물로서 이 오페라는 그가 주역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오텔로의 직속 부관인 카시오는 젊고 매력적인 백인 청년으로 베네치아에서 오텔로와 데스데모나 사이에서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했던 관계로 어려움 없이 데스데모나를 만날 수 있는 인물이다. 이 점을 이아고가 이용하여 데스데모나와 카시오가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것 같이 오텔로의 마음속에 불신의 씨앗을 심고, 나이 많고 흑인이라는 열등감을 갖고 있는 오텔로는 `오텔로 증후군`이라고도 부르는 의처증으로 그 의심을 키우다가 결국 파국으로 끝을 맺는 것이다.

 

오페라의 초반부에 이아고가 불만을 갖게 되는 이유가 나온다. 그것은 자신이 오텔로의 부관이 되기를 기대했는데 카시오가 발탁이 되고 자신은 그저 말을 끄는 기수의 신분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흑인이고 노예출신이라는 경멸의 마음이 있는 상대인데 그러한 상대로부터 배척까지 당했다는 당혹감 내지는 부끄러움은 분노를 일으켰을 것이다.

  

베르디 노년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오페라를 공연하는 데는 오텔로 역을 소화할 수 있는 테너가 많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파바로티도 실제 무대 공연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작품으로 최고의 오텔로를 꼽으라 하면 마리오 델 모나코에 이어 도밍고를 꼽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오페라에는 1막에 오텔로와 데스데모나가 부르는 사랑의 2중창과 2막에 데스데모나의 부정을 의심하여 분노에 떠는 오텔로와 이를 부추기는 이아고의 극적인 2중창은 꼭 들어보시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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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아시아타임즈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11110500048)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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