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자유로운 공간을 지켜내는 방법
유튜브는 단순한 동영상 플랫폼을 넘어 전 세계의 목소리가 모이고 퍼지는 공간이다. 허위 정보와 혐오 콘텐츠의 확산을 막고, 선한 콘텐츠 제작을 장려하며, 신뢰받는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아이유 이 **아, *되봐라.” 대한민국 최초 미국인 애국 우파 유튜버를 자처하는 한 인플루언서가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를 조롱하며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 유튜버의 채널은 18.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영상은 조회수 68만 회를 기록했고, 댓글도 11,644개나 달렸다.
피해자의 명예 훼손과 가족들에 정신적 고통
그는 탄핵에 찬성했던 연예인을 미국 CIA에 신고했다고 주장했으며, 시위에 참여한 한국인들 또한 미국 비자 발급과 입국이 거부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이러한 허위 정보는 이미 2016년에도 나돌았는데, 실제로 미국 비자 발급과 체류 업무는 CIA가 아닌 국무부 소관이며, 입국 심사 과정에서 개인의 정치 성향은 고려되지 않는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이러한 사례가 가져오는 결과가 꽤 심각하다. 유튜버의 허위 주장은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퍼지고, 이용자에게 혼란을 일으킬 뿐 아니라 각종 음모론까지 더해져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일부 유튜버들은 채널의 성장과 구독자 수확대를 위해 정치적 논란, 사회적 참사, 개인의 비극적인 사건 등 모든 소재를 무차별적으로 다루며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한다.
2024년 12월 29일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사고는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구조물과 외벽에 충돌해 폭발하면서 승객과 승무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한 대형참사였다. 사고 발생 이후 몇몇 유튜버들이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출동해 취재한다며 소란을 피웠고, 온라인상에서 유튜브 채널들은 사고 경위나 유족들에 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하며 물의를 빚기도 하였다.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가족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 주며, 플랫폼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2005년에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능이 인기를 끌면서 단번에 세계 최고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유튜브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온갖 정보가 가득한 콘텐츠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누구나 동영상을 제작하고 배포할 수 있으며, 교육 콘텐츠, 공익 캠페인,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 유튜브의 본래 목적은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가 모이는 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이용자는 유튜브를 통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정보를 공유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유튜브의 이상적인 모습은 점차 퇴색하고 있다. 상업성의 과도한 부각과 양극화 현상 심화로 인해 허위 정보, 혐오 콘텐츠, 사생활 침해와 같은 문제에 직면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는 플랫폼의 가치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사용자가 접하는 정보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갈등과 분열 조장하는 요인
자극적인 콘텐츠를 추천하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크리에이터들이 클릭 수와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과장되고 거짓된 정보를 양산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게다가 이러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시청 패턴에 따라 특정 유형의 콘텐츠를 선택해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는 확증편향을 강화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결국 틀에 짜인 세계에 갇혀 편협한 시각을 갖게 하는 “필터 버블” 현상과 비슷한 유형의 콘텐츠에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견해를 증폭시키는 “에코 챔버” 현상을 일으키게 되었다. 특히 정치적 사안과 관련된 콘텐츠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두드러지는데 일부 유튜버들은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강하게 드러내며 상대를 비방하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는 단순한 의견 표출을 넘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요인이 된다.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생성형 AI 기술은 유튜브 생태계에 또 다른 위협을 가져왔다. 딥페이크 기술은 유명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모방해 그들이 실제로 하지 않은 말과 행동을 마치 진짜인 것처럼 조작한다. 이러한 영상은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며, 왜곡된 정보를 확산해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가져다 준다. 딥페이크 영상은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기술을 악용해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 딥페이크는 단순히 한 개인의 이미지와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넘어 집단적인 오해와 갈등을 일으키는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유튜브는 허위 정보 확산의 온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언론이 담당해야 할 공백을 유튜브 콘텐츠가 채우기 시작했다. 특히 정파성이 강한 콘텐츠는 양극화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받는다. 언론과 유튜브 콘텐츠의 가장 큰 차이는 ‘게이트키핑’과 ‘팩트 체킹’의 유무다. 언론은 기사 작성 과정에서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다양한 관점을 반영한다. 그러나 유튜버 대부분은 이러한 과정을 무시하거나 생략한 채 콘텐츠를 제작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유튜브의 구조는 정보의 다양성을 보장하지만,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범람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유튜버가 특정인을 괴롭히거나 거짓 정보를 유포하며 심각한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유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타인의 불행을 이용해 수익화하는 ‘사이버 레커’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타인의 약점과 불행을 무분별하게 이용해 콘텐츠를 제작한다. 유튜브는 자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러한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수익 창출을 차단하는 등 자율 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기술과 윤리 조화·발전 사회적 책임 다해야
유튜브는 단순히 영상을 소비하는 플랫폼을 넘어 막대한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매체로 자리 잡았으나 동시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측면이 부상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유튜브가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플랫폼 내 유해 콘텐츠의 필터링과 차단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AI 기반 필터링 기술과 사람의 검증을 결합한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자극적인 콘텐츠 확산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유해 콘텐츠 관리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유럽연합의 ‘디지털 서비스법’과 독일의 ‘네트워크 집행법’은 플랫폼 운영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며 유해 콘텐츠의 확산을 방지한다. 한국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유튜브 콘텐츠를 관리하고 있으나, 현행법 체계로는 미흡한 점이 많다. 언론중재법은 언론 관련 유튜브만 다루고 있어서 범위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기존 제도를 재정비하고, 새로운 법률 제정과 규제 방안을 마련해 유튜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유해 콘텐츠의 제재와 더불어 긍정적인 콘텐츠 제작을 장려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각 기관과 단체들은 "굿 인플루언서 어워즈"와 같은 시상 제도를 확대해 유익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크리에이터를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는 창의적이고 공익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유튜브가 긍정적인 플랫폼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와 함께 전 연령대에 걸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시민들이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고 허위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을 배양해야 한다. 핀란드는 전 생애 주기에 걸쳐 체계적인 교육을 시행해 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데, 우리도 이러한 모델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는 기술과 윤리를 조화롭게 발전시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유튜브는 단순한 동영상 플랫폼을 넘어 전 세계의 목소리가 모이고 퍼지는 공간이다. 오늘날 유튜브는 자유와 책임의 경계에서 중요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유튜브의 밝은 미래를 위해 허위 정보와 혐오 콘텐츠의 확산을 막고, 선한 콘텐츠 제작을 장려하며, 신뢰받는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유튜브가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면서 책임을 다할 때,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시민으로서 기술이 가져다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출처: 2025년 02월호 월간헌정, 76쪽~79쪽
https://www.rokps.or.kr/images/webzine/202502.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