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지속, 사회참여 계속돼야"
"잠수부·시민이 영웅이 아니다. 국가 해결이 우선"
기억하기조차 싫지만 그날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2014년4월16일 제주도 수학여행 중에 304명의 무고한 단원고교 학생들과 승객들이 전남 진도군 팽목항 앞바다에서 고스란히 물에 잠겨 희생됐다. 그 기억을 차마 잊을 수 없어 안산 단원고교에 4·16 기억교실이 설치된 이유다.
참사 이후 이들을 애도하고 또 재난안전에 관한 시와 논문들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 한세대 홍숙영 교수(미디어영상광고학과·대외협력처장)가 맞는 세월호 11주기의 감회는 사뭇 남다르기만 하다.
"안전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가운데 하나다. 대부분 사람은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 믿으며 살아가지만 아직도 세월호, 이태원, 제주항공기 참사 등 사회적 트라우마를 일으킨 대재앙은 계속되고 있다"며 "이를 잊지 않기 위해 시를 쓰고, 소설을 쓰며, 또 논문도 쓰고 있다"고 말한다.
장편 '아일랜드 쌍둥이'의 작가인 홍 교수는 이 작품에서 청년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미술 치료 워크숍이 진행되는 강의실을 '하퍼 빌딩 304호'로 표현했다. '304'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사람들의 숫자다. 희생자를 향한 추모와 기억을 담고 싶어서였다.
'그때까지 자스민, 흩어지지 말아요/당신은 꽃눈깨비의 연대를 믿습니까/비밀의 통로를 지나 마지막 기도를 올리는 순교자의 환희를…/(중략)/스멀거리는 기억이 소멸하지 않도록 품격을 지키겠습니다'
'그때까지 자스민, 흩어지지 말아요'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시도 썼다.
연구자로서의 홍 교수는 ‘재난사건에 대한 추모의 지속성과 사회참여’라는 논문에서 대학생 160명에게 세월호의 사건중심성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사건 중심성은 추모의 지속성과 추모의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회참여 활동에 있어 중요성 인식 집단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청소년들이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재난 사건을 올바로 해석할 수 있도록 적절한 미디어교육이 필요하며, 지속적 추모와 사회참여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Teacher as a Hero in Tragedy(2020)'이라는 논문에서도 그는 2014년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세월호 사고와 2018년 미국 플로리다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라는 두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었다.
각 사건에서 영웅 교사 세 명의 언론 보도를 분석하고, 영웅 서사의 틀을 통해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비교했다.
"평범한 교사나 잠수부, 시민들의 헌신과 용기 있는 행동은 때로는 영웅을 만들지만 사실 국민은 영웅이 아니라, 전적으로 국가에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영원히 추모하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경제학과를 나와 파리제2대학교에서 언론학 석사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다음 작품 역시 프랑스와 한국의 사회적 참사를 다루려 한다.
홍숙영 교수는 노심초사하면서 아들을 군대에 보내봤던 어머니로서, 수 많은 사회적 참사를 목도했던 학자로서 다시는 이 땅에서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무한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사건을 추모하고, 오랫동안 기억하는 영속성은 계속돼야 한다"며 "이에 관한 논문과 사회참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뉴시스 이준구 기자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414_0003138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