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완 기자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바이올린의 선과 하프의 투명한 울림이 프랑스 음악의 색채를 따라 세종체임버홀에 펼쳐진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정현과 하피스트 이진의 듀오 리사이틀이 내달 5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다.
공연은 보기 드문 바이올린과 하프 편성을 전면에 세운다. 피아노 중심 실내악과 다른 질감이다. 바이올린은 선율의 방향과 호흡을 이끈다. 하프는 음 하나하나의 잔향과 빛을 만든다. 두 악기가 만날 때 소리는 두텁게 쌓이기보다 투명하게 번진다.
프로그램은 프랑스 음악의 시적 감각과 색채를 따라간다. 드뷔시, 생상스, 포레, 메시앙, 르니에의 작품이다. 하프 솔로, 바이올린과 피아노, 바이올린과 하프 편성이 차례로 등장한다.
첫 곡은 드뷔시의 ‘아마빛 머리의 소녀(La fille aux cheveux de lin for Harp)’다. 원곡의 맑고 부드러운 선율이 하프의 음색으로 옮겨진다. 하프의 짧은 울림과 잔향은 드뷔시 특유의 빛과 공기를 세밀하게 드러낸다. 생상스의 ‘하프를 위한 환상곡, Op.95(Fantaisie for Harp, Op.95)’는 하프 솔로의 가능성을 넓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아한 선율과 기교적 움직임이 교차한다. 이진의 손끝에서 하프는 조용한 배경 악기가 아닌 독립적인 서사를 가진 악기로 선다.
포레의 ‘요람들, Op.23 No.1(Les berceaux, arr. for Violin & Piano)’은 흔들리는 리듬과 애틋한 선율이 특징이다. 원곡의 성악적 정서는 바이올린 선율로 옮겨져 더 가까운 호흡을 얻는다. 피아노는 잔잔한 물결처럼 흐르고, 바이올린은 노래하듯 선율을 이끈다. 메시앙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주제와 변주(Theme and Variations for Violin and Piano)’는 공연 전반의 분위기를 바꾸는 작품이다. 프랑스 근현대 음악의 색채, 선율의 집중도, 리듬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박정현의 바이올린과 박주영의 피아노가 긴장감 있는 대화를 만든다.
포레의 ‘시실리엔느, Op.78(Sicilienne, Op.78 for Violin and Harp)’은 바이올린과 하프 편성의 매력을 가장 부드럽게 드러낸다. 춤곡의 흐름을 지녔지만 감정은 과하게 들뜨지 않는다. 하프의 반주 위에서 바이올린 선율은 우아하게 흐른다.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 for Violin and Harp)’은 공연의 시적 분위기를 깊게 만든다. 피아노 원곡으로 익숙한 작품이지만, 바이올린과 하프 편성에서는 선율과 울림의 간격이 더 섬세하게 드러난다. 하프는 달빛의 반짝임을 만들고, 바이올린은 긴 호흡으로 밤의 정서를 그린다.
르니에의 ‘스케르초-환상곡(Scherzo-Fantaisie for Violin and Harp)’은 하프 문헌에 대한 이진의 연구 이력과도 이어지는 작품이다. 르니에는 하프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하프의 기교와 표현 영역을 넓힌 인물이다. 해당 작품은 장난스러운 움직임과 환상적인 분위기를 오가며 두 악기의 민첩한 호흡을 요구한다. 생상스의 ‘바이올린과 하프를 위한 환상곡(Fantaisie for Violin and Harp)’이다. 생상스 특유의 명료한 형식감과 프랑스 음악의 세련된 색채가 살아 있는 작품이다. 바이올린은 유려한 선율을 펼치고, 하프는 화성적 빛과 리듬의 흐름을 만든다. 공연의 마무리에서 두 악기는 독주와 반주의 관계를 지나 동등한 실내악적 대화를 이룬다.
박정현은 서울예술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제이콥스 음악대학에서 전문연주자과정과 최고연주자과정을 전액 장학생으로 마쳤다. 재학 중에는 마우리치오 푹스 석좌교수의 실기강사로 2년간 활동했다.
해외 무대 경험도 폭넓다. 미국 캘리포니아 콘래드 프레비스 퍼포밍 아트센터, 캐나다 르 카미요아 센터, 프랑스 빌파바르 뮤지컬 아카데미 등 북미와 유럽 무대에 초청됐다. 국내에서는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 등에서 독주와 실내악 활동을 펼쳤다.
박정현은 인디애나대학교 오케스트라와 인디애나 바로크 오케스트라 악장을 지냈다. 지휘자 없는 바로크 앙상블 공연에서는 솔로 연주와 리더 역할을 동시에 맡았다. 노벨티 현악 4중주단 리더로 활동하며 레오폴드 아우어 동아시아 실내악 국제 콩쿠르 1위, 제주 국제 실내악 콩쿠르 대상을 받았다.
현재 박정현은 코리안신포니에타 악장, 노벨티 현악사중주단 리더, 베리타스 피아노 콰르텟과 트리오 피오네로 멤버로 활동한다. 최근에는 KBS미디어를 거쳐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 음반 발매를 준비하고 있다.

하피스트 이진은 서울예술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앙리에트 르니에의 독주 하프 작품을 분석한 논문으로 음악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주와 연구를 같이 쌓아온 하피스트다.
이진은 음악저널콩쿠르를 비롯해 한미콩쿠르, 서울 내셔널 오케스트라 전국콩쿠르, 한·독 브람스콩쿠르, 바로크현악콩쿠르, 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콩쿠르 등에서 대상과 1위를 받았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IBK챔버홀, 롯데콘서트홀, 세종체임버홀 등 주요 공연장에서 독주와 실내악 무대를 가졌다.
오케스트라 경험도 이어졌다. 서울그랜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요한슈트라우스오케스트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수원시립교향악단,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객원 수석도 역임했다. 국제전자음악컨퍼런스 전담 하피스트로도 활동했다.
현재 이진은 수원대학교와 한세대학교에서 석·박사과정 논문지도와 서양음악사 강의를 맡고 있다. 아르스 트리오 멤버로도 무대 활동을 지속한다.
피아노는 박주영이 맡는다. 프로그램 가운데 포레와 메시앙 작품에서 바이올린과 호흡을 나누며 무대의 색을 넓힌다. 하프와 바이올린 듀오 사이에 피아노가 들어서면서 공연은 더 다양한 음향 층위를 갖게 된다.
박정현과 이진의 듀오 리사이틀은 악기 조합의 희소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두 연주자는 각자의 무대 경험과 연구, 실내악 감각을 프랑스 레퍼토리 안에서 엮는다. 바이올린의 인간적인 선율과 하프의 투명한 질감이 만나면서 세종체임버홀의 공간은 빛과 여백, 선율의 결을 품은 실내악 무대로 바뀐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