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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14
작성일
2026.05.20
수정일
2026.05.20
작성자
한세비전마스터
조회수
3

[단독] 초과 수당만 1조 육박…집회 끌려가는 경찰의 실상 [혈세 누수 탐지기]

경찰 시간외수당 지난해 1조 육박…전년 比 10%↑
집회 증가·의경 폐지 겹치며 일선 경찰 부담 확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아무리 국가의 부름을 받는 공무원이라지만…이러려고 경찰이 된 건 아닌데. 추가수당 안 받고 집회·시위에 안 나가고 싶어요."

경찰 A씨는 이직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정말 어렵게 경찰 공무원이 됐는데,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습니다.

집회는 다시 늘어나고 있지만 의무경찰 폐지 이후 경찰 동원 부담은 커지면서 일선 젊은 경찰들의 피로감도 쌓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초과근무 수당 역시 급증하며 재정 부담도 커지는 모습입니다.

정치 집회 대응에 이어 최근에는 기업 행사와 파업 현장까지 경찰 투입이 늘면서 현장에서는 "이런 곳까지 공권력이 투입되는 게 맞느냐"는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업무 과중에 지친 저연차 경찰관들의 '탈출'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다시 늘어나는 시위·폭증하는 수당

19일 한경 혈세 누수 탐지기(혈누탐)팀이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찰의 초과수당은 최근 몇 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시간외수당은 지난해 952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늘었습니다. 2023년과 2024년 증가율이 각각 3%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증가 폭이 급격히 커진 셈입니다. 휴일수당 역시 꾸준히 증가해 3000억원에 근접했습니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그래프=신현보 기자
경찰 안팎에서는 집회 증가와 의경 폐지가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의경은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감축돼 2023년 완전히 폐지됐습니다. 반면 줄어들던 집회 건수는 지난해 다시 9만건에 육박하면서 현장 경찰 인력이 무한교대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경찰 퇴사자 가운데 약 40%는 재직 5년 미만 젊은 경찰관들입니다. 물론 모두 집회 대응 때문은 아니지만 초임 경찰들이 현장과 조직 시스템 속에서 자기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 정치 이슈 잦아드니 노사 갈등 급증에 '피로'

최근 기업 파업과 대규모 행사 대응 역시 현장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점포 절반 가까이가 문을 닫은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집회에는 약 4만명이 몰리며 경찰 400명이 투입됐습니다.

삼성전자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공무원들의 대규모 현장 차출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오는 21일 이재용 회장 자택 앞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습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 단체도 파업 현실화 시 소송과 집회 등 집단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찰 6700명이 투입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루 초과수당만 약 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민간 행사에 과도한 공권력이 투입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됐습니다.

일선 경찰 B씨는 "작년과 재작년에는 정치 이슈 대응에 시달렸다면 최근에는 각종 기업 관련 현안이 잇따르면서 경찰들도 정신적·체력적으로 크게 지친 분위기"라면서 "특히 노사 갈등은 일반 집회와 달리 생계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현장 분위기 역시 훨씬 격앙된다"고 토로했습니다.

지난 4월 진주 CU 물류센터 앞 집회 현장에서는 비조합원이 몰던 화물차가 조합원들을 들이받아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이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파업 현장에서 경찰의 최우선 임무는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지만, 당시 경찰은 정반대로 행동해 조합원이 목숨을 잃었다"며 경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24년도 집회·시위 관련 정책 및 제도 개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관의 50.0%는 "과거보다 최근 집회·시위가 더 불편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유로는 '참가자의 돌출행동 및 불법행위 우려'(65.7%), '다른 단체와의 마찰'(51.1%) 등이 꼽혔습니다.

◇ 반복되는 퇴사와 재고용 모두 '낭비'

전문가들은 적은 인력으로도 효율적으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근무 체계 전반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반복되는 퇴사와 재고용 과정 역시 시간과 세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근무 시간 및 방법 등 전반적인 시스템 정비가 절실하다"며 "집단 민원이나 집회에 경찰력을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성대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력을 많이 뽑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지만 이는 국민 정서상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자치경찰 제도를 고도화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 시위의 질서 유지 기능을 자치경찰이 맡도록 하고, 인력이 부족할 경우 자치단체 간 공무원 인력 공유를 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신현보/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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