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번호
- 26584
- 작성일
- 2025.05.15
- 수정일
- 2025.05.15
- 작성자
- 한세비전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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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재 칼럼] '작은 별' 변주곡
유영재 한세대 명예교수
"엄마, 내 말 들어봐(Ah, vous dirai-je, Maman)"라는 말은 우리말로는 곡목으로 쓰기에 다소 어색하게 들릴 수 있지만, 원 느낌을 잘 전달하는 표현입니다. 이 곡은 18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민요로, 맑고 단순한 선율 덕분에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에서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반짝반짝 작은 별’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학교 종’과 함께 어린 시절 누구나 끝까지 외워 부를 수 있는 친숙한 곡이기도 합니다. 또한 영어권에서는 ‘ABC송’으로도 쓰이며, 학습용 동요로도 널리 활용되어 왔습니다.
이 순수한 선율의 원곡은 의외로 사랑에 빠져 괴로워하는 감정을 담고 있는 성인의 애정 내용입니다. 우리가 동요로 즐겨 부른 이 멜로디가 사실은 어른을 위한 노래였다는 점은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모차르트는 이 곡의 음악적 가능성을 일찍이 간파했으며, 단순한 선율에서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이 곡을 바탕으로 ‘피아노를 위한 12개의 변주곡(K.265)’을 작곡했습니다. 이 작품은 C장조로, 피아노의 흰 건반만으로도 연주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습니다. 주제는 4/4박자의 4마디로 구성되어 두 번 반복되는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모차르트는 여기에 12개의 다양한 변주를 덧붙여 음악적 깊이를 더했습니다. 악보상으로는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연주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난관과 마주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 곡이 피아노 학습용으로 작곡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변주곡(Variation)은 음악의 필수 요소인 통일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형식입니다. 작곡가는 한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얼마나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감상자는 그 속에서 일관된 주제와 창의적인 변화를 발견하며 음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주제는 모차르트뿐 아니라 다른 많은 작곡가에게도 영감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차이콥스키와 리스트는 아동적 감수성을 담아 이 멜로디를 활용했고, 생상은 <동물의 사육제> 중 ‘피아니스트’ 부분에서 이 곡을 익살스럽게 변주했습니다. 하이든의 제94번 교향곡, 일명 ‘놀람 교향곡’에서도 이 선율이 활용되었는데, 청중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로 쓰였습니다.
모차르트의 K.265는 변주기법에서도 특징적입니다. 작곡가들은 변화를 위해 주로 박자, 조성, 리듬, 화성, 선율 등의 요소를 변화시킵니다. 어떤 경우에는 선율을 뒤에서부터 거꾸로 연주하거나, 위아래를 뒤집는 기법도 사용됩니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이 작품 전체를 통틀어 4/4박자를 고수합니다. 이는 의외로 고전시대에서는 드물지 않지만, 작곡가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창의적인 방식으로 다양성을 구현해야 한다는 도전이 되기도 합니다.
‘반짝반짝 작은 별’의 원곡인 "Ah, vous dirai-je, Maman"을 중심으로, 모차르트를 포함한 여러 작곡가들의 변주곡을 비교 감상해 보는 것은 음악의 재미를 한층 더해주는 활동입니다. 단순한 선율 속에 감춰진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통해 음악의 깊이를 새롭게 느껴보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출처 : 아시아타임즈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50513500084#_enliple#_mobwc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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